이의제기 - 후글님, 티맥스 윈도우가 아닌 티맥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외에는 2009/07/10 03:15
블로그 본점에서 이미 티맥스 윈도 떡밥으로 세 개나 포스팅을 해치웠기 때문에 더 이상 티맥스 글은 안 쓰려고 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구글 비공식 블로그인 구글 인사이드로 유명하신 후글님의 글을 보고 또 머리 속이 복잡해지고 잠은 안와서 조심스럽게 글을 써 봅니다. 대 놓고 걸려있는 남의 포스팅에 '이건 아니지 않냐'고 참견질하는 것이  사실 블로그 처음 시작하고 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많이 겁도 나고 괜히 움츠러 들기도 하지만 후글님의 글로 인해 티맥스 개발자들에게까지 좋지 못한 시선이 확산되는 것도 많이 저어하여 포스팅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회사와의 동일시는 아닙니다. 분명히.

해당 글에 달려있는 댓글에는 '회사와 본인을 동일시 하면서 오류를 범한다'는 지적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그것이 일반적인 '동일시의 오류'와는 조금 다른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름과는 다른 '직함'이라는 것을 대부분 갖게 됩니다. 어디어디에서 일하는 누구입니다와 같이 말입니다. 이는 자신을 드러내고 구분짓는 요소가 되어 흔히 말하는 개성의 한 부분이 됩니다. 개성은 나와 타인을 구분하는 속성인 동시에 자아를 구축하는 하나의 부분이 되므로 이러한 직함 혹은 소속을 비방하는 것을 들으면 기분이 상하는 것이 보통의 심리입니다.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나 부모님, 혹은 다니고 있는 학교를 욕하는 것으로도 누구나 '직접적인 비하'에 대해서 더 욱하고 분노할 수 있는 것이지요. 심지어 우리는 가지고 다니는 수첩, 노트북, 가방 등에 대해서 타인이 뭐라고 지적하는 것은 그냥 그려려니 하지만 자신의 옷차림에 대해서 뭐라고 참견하고 한 마디씩 늘어놓는 것에도 쉽게 흥분합니다. 여자분들은 쉽게 공감하실 듯 한데요, 이와 같이 우리는 자신의 자아와 내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아끼게 됩니다. 우리가 늘 상 말하는 '애국심'이나 '애사심'도 맹목적인 충성 이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생겨나는 의식의 한 단면이라는 말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후글님이 그러한 글을 작성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며, 고생하는 개발자들을 옆에서 지켜봐오신 심정이라면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크셨겠지요. 굳이 지적하자면 후글님은 동일시의 오류가 아닌 논점 일탈의 오류를 범하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개발자를 욕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티맥스가 받는 비난은 후글님과 같은 연구원이나 개발자를 향한 비난은 아닙니다. 사실 블로고 스피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많은 '까댐'은 비판이라기 보다는 비난에 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썼던 몇 개의 글들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비난에 가까운 어조입니다. (전 그저 '우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저는 개발자도 아니며 관련 학과에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닙니다만 OS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대략 짐작은 합니다. 하물며 지금 널리 사용되고 있는 MS의 윈도우만도 윈도95로부터 따져서 이미 14년이나 안정화와 개선으로 쌓인 노하우가 있으며, 그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한 전세계를 커버하는 고객 지원만도 대단한 것입니다.

게다가 티맥스에서 개발하는 OS는 공개되지 않은 WIN32 API와의 호환성도 중요한 이슈가 되었으니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여기서 만큼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을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고생하셨을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십수명의 인원에서 출발하여 300여명의 팀이 될 때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많이 밟았을 것이며 그것이 이제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니까요.

그리고 4년의 개발기간동안 넉넉치 않은 인력이 투입되어 집중적으로 개발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고 하더라도, 많은 OS 프로젝트들의 면면을 돌이켜본다면 그 기간동안의 티맥스 윈도우의 완성도는 차라리 잘했다고 박수를 받아야 마땅할지도 모릅니다. 티맥스 내부인의 마음에서는 더더욱 그런 기대가 컸을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미숙한 행사 준비와 진행에 실망한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온 갖 잡음이 공개 이후 블로고 스피어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은 건 개발자를 욕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짧은 기간 동안에 터무니 없이 적게 투입되었을 M/M을 메꾸느라 죽어났을 게 분명한 개발자들을 생각하며 '피고름'과 같은 단어들이 속출하면서 그들의 노고만큼은 높이 샀다고 봅니다. 여느 포럼 같은 곳을 가도 개발자들 죽어났겠다는 걱정과 염려는 항상 있었습니다.

티맥스 윈도우에 대한 논란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티맥스 윈도우 논란의 본질은 '티맥스의 뻔뻔함'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후글님이 의도하신 것은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 때문에 후글님을 비롯한 티맥스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 개발자로서 그런 욕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아우성 이면에 있는 것은 그저 단순히 '우리 이런거 만들고 있습니다' 정도의 개념을 가진 '공개'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CEO님이 공개 때 말씀하셨다죠? 3개월 뒤인 10월부터 베타 테스트 들어가겠다고. 그럼 그제 공개된 티맥스 윈도우는 못해도 '프리 베타' 정도 수준의 완성도는 갖추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니, 그 이야기가 시연회의 말미에 나왔다고 양보한다 치더라도, 분명 티맥스가 펼쳐온 마케팅은 7월 7일 대단한 물건을 보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를 역력히 풍겼습니다. 물론 '마케팅'이라는 것이 '제품'을 보다 더 그럴싸하고 좋게 보여주고 각인시키는 행위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런 마케팅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은 7월 7일이면 '프리 베타' 정도는 보겠구나 하고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시연회에서 보여진 티맥스 윈도우의 실체는 프리 알파의 수준 이상이 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개발회사에서 일하시니 '베타 버전'의 의미는 대략 아시리라고 믿습니다만, 서로 생각하고 있는 의미가 다를 수 있어  간략히 제가 알고 있는 베타 버전의 의미를 말씀드리자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되는 테스트 목적의 소프트웨어로, 모든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나 다양한 정도의 버그를 포함할 수 있다. 베타 버전의 사용자(테스터)는 구매자 혹은 구매자로 예상되는 층의 사람들을 가정한다" 입니다. 즉 베타 버전이라면 버그는 좀 있겠으나, 일상적인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시연회에서 드러난 현시점의 티맥스 윈도우의 완성도를 봤을 때, 결국 티맥스는 '거짓말'을 한 셈이 됩니다. 이 거짓말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하면 충분히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거짓말이 어떤 흠을 감추기만 하는 '선전용'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대놓고 '공공기관에 납품될거다'라는 발언이 나온다거나 만수아저씨 등등 정제계 인사들이 어이없이 참석해서 한마디 하는 등의 이벤트가 펼쳐지자 그 이전에는 단지 '우려'로만 존재하던 여러 가지 요인들이 착착 결합되면서 하나의 시나리오가 떠오릅니다.

'완성도는 필요없고, 대충 만들어서 공공 기관에 납품해서 눈먼 돈도 좀 먹고 주가도 띄워보자'

게다가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가져다 썼을 것이다라는 의혹도 많이 제기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시연회에서도 '오픈 오피스를 참고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라이센스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도 없었지요. 이쯤되면 단순히 '제품의 퀄리티를 가지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티맥스의 불순한 의도'에 대한 비난이 됩니다. 졸지에 티맥스 = 나쁜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버린 것입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제품을 서둘러서 출시하려는 게 왠일인지 그런 거에 둔한 제 눈에까지 선하게 보이는 것은 시국이 어수선해서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설상 가상

거기다가 이거 만들면서 개발자가 이혼을 당할 뻔 했다는 둥, 맹장이 터졌다는 둥 하는 이야기가 CEO라는 분의 입에서 당당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티맥스가 빡신거 뭐 저랑은 상관없으니 됐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실제로 이혼을 당하고, 맹장이 터진 개발자가 나와서 했다면 분위기는 조금 달랐을 것입니다. 왜냐면 그 때는 '저 개인적으로 이렇게 아픔을 많이 감수하면서 그동안 4년이라는 시간 뿐만 아니라 4년 동안의 인생, 그 이상을 여기에 바쳤습니다'가 될 수 있으니까 오히려 기립박수가 터지지 않았을까요? 단지 문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할 책임이 있는 CEO라는 양반이 그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했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이 달라지니 '이런 위대한 도전이라 불릴만한 업적을 이루려면 당연히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로 들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불행하게도 그러한 발언이 피부에 와 닿을 개발자들이었다는 게 더욱 큰 문제라면 문제겠습니다.

여기서 다시 동일시의 오류로 돌아오겠습니다. 티맥스의 CEO님은 '동일시의 오류'를 범하면서 사람들을 기만했습니다. 즉, '이만큼 고생하고 많은 것을 바쳐서 우리 OS 만들었다'라고 자랑하고 싶은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또 그렇게 '피고름' 짜내어 가면서 고생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낸 소속 개발자들이 대견한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한다는' 가치관이 자신이 아닌 티맥스 개발자 모두에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신 것 같습니다.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가진 워커홀릭들이 수두룩 빽빽한 회사가 티맥스라고 하면 CEO는 무엇보다 '근로기준법'을 생각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대기업도 아닌데 그만큼 복리후생에 어떻게 신경 쓰냐구요? 티맥스가 규모로 따졌을 때 국내 IT 업계에서 과연 작은 회사입니까?

후글님이 틀렸습니다.

네, 님이 틀렸습니다. 단정적으로 말해서 미안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주 우연의 일치로, 혹은 (티맥스는 직원수가2,000여명이나 되는 충분히 큰 조직이기 때문에_ 필연적으로 큰 수의 법칙에 의해서 CEO님의 생각과 후글님의 사고 방식이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후글님의 이 글이 어느정도 감정이 격한 논조로 흐르는 것은 감지가 가능하지만, '여러분은 모두 자신의 일에 정직하느냐', '회사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떠난 이가 어딜 가서 잘되겠느냐'는 식의 발언이나, '개발자 모두가 죄가 없다'고 단정짓는 모습 그리고 댓글에 대해 '가엽다'는 식의 표현들은 이전에 후글 님의 글을 자주 접해본 저로서는 적잖은 충격과 커다란 실망이었습니다.

자신이 회사를 내몸같이, 내맘같이 아낀다고 해서 그 회사에 몸담은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질수는 없는 겁니다. 그것이 회사가 되었든 학교가 되었든 후글님도 '사회 조직'에 한 두 번 몸 담아 보셨으니 아시리라고 생각됩니다. 동일시의 오류는 여기서 나오는 겁니다.

말이 나온 김에 말씀 드리자면 저는 서비스 기획을 하는 기획자입니다만, 회사 내에 그 어느 개발자보다도 더 많이 밤을 새고 더 많이 노력합니다. 최소한 제가 몸담은 프로젝트에서는 저는 최선을 다한 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일주일이상을 한 숨도 안자고 일했던 적도 있으며, 지난 2년간 입원 크리를 맞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휴가도 쓴 적 없었습니다. 저야 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워커홀릭'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기가 할 일을 할 만큼 했다고 칼퇴근 하는 부하직원 저는 뭐라 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나 저에게나 회사는 회사일뿐입니다. 다만 저는 제가 다니는 이 회사가 '제 회사'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 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뿐 입니다. 저도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게 되면 지금처럼은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할 수는 없겠지요.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반으로 줄더라도 제가 할 몫만 제대로 해 낸다면 그것 역시 '최선을 다하는'일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때에는 저도 일 외에 제 생활을 공유해야할 가족이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은 가장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가 될 것이니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성공과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 가치있는 삶이다'라는 후글님의 생각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가치관을 빗대어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틀린 것입니다.

그리고, 헝그리 정신, 글쓴분이나 하세요. 전 일한 만큼의 댓가를 챙기면서 살겁니다.
>> 가여워보이네요...

위의 글은후글님의 그 글에 달린 어느 님의 댓글과 또 그에 달린 후글님의 댓글입니다. 가치관이란 무엇이 가치있는 것을 판단하는 스스로의 기준이지 그 잣대를 남에게 들이대서 가여워보인다니 어쩌니 하는 것은 좀, 아니 많이 아니라고 보입니다.

정말로 회사를 사랑하고 아낀다면, 회사가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 용감하게 지적하고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왠만한 의견은 수용되는 수평적 입장이라고 들었습니다. 부럽네요 그건) 배의 갑판위에 우뚝서서 이물만 바라보다 배 앞에 놓여진 암초를 보지 못한다면 결국은 사랑하는 배와 함께 바다속으로 잠길 뿐입니다. 지금까지 노력한 티맥스 내의 개발자들의 '위대한 도전'이 빛바랜 허상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제품'이 아닌 '공정한 결과'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비판이든 비난이든 관심이 쏟아지는 지금이 어찌보면 티맥스가 붙잡아야 할 동아줄이 드리워진 순간입니다. 이마저 외면하고 '걍 우린 열심히만 하면 돼'라고 흘러가는대로 방치하다 보면, 제가 우려하는대로 티맥스는 눈먼돈도 좀 챙기고 주가도 띄울 수 있겠지만 후글님의 지금 심정처럼 회사가 자랑스러울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서투르기까지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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